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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여행/취업 in 헝가리

점점 괴물이 되어 가

by Daya 다야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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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물어도 다른 사람에게 토스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화가 난다. 저기로 가라고 해서 저기로 갔다니 다시 저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곳에서 나를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요, 말하면 자기네도 모른다고 한다.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알겠다. 담당자가 아니라서. 알고 있어도 대답하면 곤란해지니까. 그냥 모른다고 하는 게 제일 나은 선택지니까.

 

사람이 많은 회사를 처음 다녀서,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알려주는 게 당연한 곳에서 내가 알아도 말했다가 괜히 험한 꼴 당하는 곳에 왔더니 매번 당황스러운 일이 생긴다. 그냥 좀 좋게 좋게 하면 안 될까. 그냥 좀 서로 친절하게 대하면 안 될까. 그냥 좀 서로 도와주면서 일하면 안 될까.

 

사람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군인은 개인으로 봤을 땐 사랑을 알고, 우정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겠지만, 군대라는 울타리와 가면을 쓰면 개인의 모습은 없어지고 점점 괴물이 되어 간다. 그곳에서는, 그 자리에서는, 그 행위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오히려 환호와 박수를 받는 자리이므로. 그렇게 점점 늪에 빠지다 개인이 사라진다. 본인은 모른다. 자신이 점점 괴물이 되어 간다는 사실을.

 

저는 몰라요. 로봇이 되어야 한다. 알아도 모른 척. 아는 것도 모두 다 패스해야 한다. 오직 내가 맡은 일만 말하고. 다른 건 공유하지도 말고. 알려주지도 말고. 문제가 발생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이 이런 거라는 게 너무 안타깝고, 허탈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 올바른 대처 방법일 테니.

 

내 일에만 집중해야지. 내 것만 돌봐야지. 나의 가치를 지켜야지. 내일 더 근사한 하루를 맞이할 최고의 방법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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